2009년 6월 3일 수요일

체사레 벡카리아 <범죄와 형벌> 중 사형에 관하여.

형법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체사레 벡카리아의 저서인 <범죄와 형벌>에 대해 레포트를 쓰고 있습니다.

벡카리아의 사상이 경찰행정학과나 교정보호학과의 뿌리가 된다는 점에서, 덕분에 과젯거리가 수없이 늘어났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 벡카리아는 저나 제 동기들에게는 애증의 인물이곤 합니다.

 

<범죄와 형벌>이라는 제목 자체로도 충분히 거부감이 들 수 있으나, 사람이 세상을 살아감에 있어 꼭 한번은 읽어봐야 하는 책입니다.

제가 어지간히 사람들에게 책을 추천하거나 그러진 않는데[본인도 책을 잘 안읽기 때문에] 이 책은 추천 별 백만개.

 

 

 

덧붙여 업어 온 글을 풀자면,

 

인간은 무슨 권리로 그의 이웃을 죽일 수 있는 것인가.

자신의 생명을 빼앗을 권리를 타인에게 위임하고 싶은 자가 한 명이라도 있겠는가.

각자가 가진 자유의 최소한의 희생 가운데 무엇보다 큰 생명의 희생이 포함된다고 해석할 수 있을까.

만일 이 점을 긍정한다면 자살을 금지하는 다른 원칙과는 어떻게 조회될 수 있을까.

인간이 자기 생명을 마음대로 죽일 권리가 없는 이상, 그 권리를 타인이나 사회에 양도하는 것 역시 불가능한 것이다.

사형은 어떤 의미에서도 권리가 될 수 없다.

역사는 사형이 악인들의 사회를 침해하는 것을 결코 예방하지 못했음을 증명한다.

 

멋진 영혼을 만날 수 있는 책. 젊은 이상주의자의 영혼의 향기를 느낄 수 있는 책이에요.

한권의 책을 통해 생각이 송두리째 바뀌는 놀라운 경험을 안겨 준 책이기도 하구요.

 

<범죄와 형벌>을 읽기 전만 해도 전 어린이 유괴살해범이나 어린이 성폭행범들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참혼학 형벌이 주어져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어요. 그런 사람들로부터 선량한 사람들이 보호받을 수 있기를 바랬구요. 하지만 범죄와 형벌은 그런 제 생각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고 전 사형 반대론자가 되었어요. 물론 유괴범을 변명해주게 된 것은 절대 아니에요. 단지 국가나 사회가 개인을 죽일 권리가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죠.

 

범죄와 형벌은 딱딱한 제목에 비한다면 내용은 어렵지 않아요. 법학개론 강의 들은 게 전부인 제가 쉽게 읽었으니까요. 쉽고 얇다는 것을 이 책의 미덕중 하나로 꼽고 싶어요. 하지만 이 작은 책은 죄형법정주의와 특히 사형제 폐지의 논의를 불러일으킨 커다란 의미를 지닌 고전입니다. 감정적인 사형반대가 아니라 사회계약설의 입장에서 사형폐지론을 주장하셨죠.

 

저는 어린아이를 대상으로 한 범죄들을 뉴스에서 대할 때면 조합이라도 결성해서 킬러를 고용하고픈 생각마저 해요. 그러면서 사형제도를 반대하니 조금 모순일까요? 하지만 이렇게 생각해보면요?

 

흉악한 범죄자는 당연히 죽여도 된다라는 가치를 갖고 있는 사회와, 그 어떤 경우에도,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일은 절대 안 된다는 가치를 갖고 있는 사회중에서 어느 쪽이 생명과 인간의 존엄성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사회인가? 이 관점에서 생각하면 생각이 달라집니다.

흔히 사형폐지론자들을 오해하시는 부분이 "왜 사람의 생명을 해친 극악한 범죄자의 인권을 보호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인데요. 사실 그들의 인권을 존중하기 때문에 사형제도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에요.

 

사형제도를 찬성하는가의 문제는 원칙적으로 국가가 국민, 예를 들어 내 생명을 죽일 권리가 있다는 것에 내가 동의하는가의 문제입니다. 저는 동의하기 어려워요. 저에게 동의할 권리가 있다고도 생각하지 않구요.

 

더 나아가 국가가 나의 친구를, 내가 아는 사람들을 죽일 권리가 있다느 것을 인정할 것인가를 생각해보면 더 단호하게 "아뇨"라고 말하고 싶어집니다. "만약에 그 사람이 극악무도하고 흉악한 범죄를 저지른다면 죽여도 좋습니다"라고 조건을 달아서 찬성할 수 없어요. 절대로 안됩니다 라고 말하고 싶어요 저는.

 

자발적으로 조국을 위해 제 생명을 희생하거나 헌신할 수는 있을 거에요. 그 가치에는 백번 동의해요. 그러나 "국가는 몇몇 특정한 경우에 국민을 죽일 권리를 가진다"에는 찬성할 수 없어요. 그 어떤 경우에도 사람이 사람을 죽일 권리는 없습니다.

-체사레 벡카리아 <범죄와 형벌>, http://blog.naver.com/anec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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