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6월 6일 토요일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전문증거란 사실인정의 기초가 되는 경험적 사실을 경험자 자신이 직접 구두로 법원에 진술하지 않고 다른 형태로 간접보고 하는 것을 말한다. 이 때 경험자가 자신이 체험한 사실을 외부에 알리는 행위를 원진술이라 하며, 원진술을 법원에 간접적으로 전달하는 증거를 전문증거(혹은 재전문증거의 형태)라 한다.

 

형사소송법 제310조의2는 '제 311조 내지 제316조에 규정된 것 이외에는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에 대신하여 진술을 기재한 서류나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 외에서의 타인의 진술에 대신해서 진술을 기재한 서류나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 외에서의 타인의 진술을 내용으로 하는 진술은 이를 증거로 할 수 없다'고 규정하여 전문증거의 증거능력을 원칙적으로 부정하고 있다.

 

 

위 글의 요점을 간략히 해보자면

-어떠한 사건에 대하여 법정에서 내가 증언을 할 때에는, 내가 직접 경험한 이야기가 아닌 남한테 들은 얘기를 가지고 '걔가 이랬데요' 식으로 진술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부정하고 있으나, 예외규정을 두어 몇몇 사항에서는 인정하고 있다.- 는 것이다.

 

 

위의 예외규정이라 기준되어져 있는 부분이 뭘까 간략히 읊자면

 

1. 공판기일에 피고인이나 피고인 아닌 자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와 법관의 검증의 결과를 기재한 조서는 증거로 할 수 있다.

 

2. 검사가 적법한 절차와 방식에 따라 작성된 것으로서 신빙할 수 있는 상태하에 행해졌음이 증명된 때에는 증거로 할 수 있다.

 

3. 검사 이와의 수사기관에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는 적법한 절차와 방식에 따라 변호인이 인정한 때에는 증거로 할 수 있다.

 

4.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이 피고인 아닌 자의 진술을 적법한 절차와 방식에 따라 작성했을 경우엔 증거로 할 수 있다.

 

5.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이 검증의 결과를 기재한 조서는 적법한 절차와 방식에 따라 성립의 진정함이 증명된 때에는 증거로 할 수 있다.

 

6. 피고인 또는 피고인 아닌 자가 작성한 진술서나 기재서류로서 작성자 또는 진술자의 자필이거나 서명 또는 날인이 있는 것은 증거로 할 수 있다.

 

7. 진술을 요하는 자가 사망, 질병, 외국거주, 소재불명이나 이에 준하는 사유로서 진술할 수 없을 때에는 조서 및 서류를 증거로 할 수 있다.

 

8. 공소제기 전 피고인을 조사하였거나 조사에 참여한 자의 진술은 증거로 할 수 있다. 등..

 

요점 : 적당히 말만 잘 지어내도 언제든 예외규정에 속할 수 있다는 얘기이다.

결론적으로는 법정에서 내가 '제 친구한테 들었는데요, 친구가 이랬데요'를 법정에서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성한 법정에서 감히 친구가 싸지른 대화, 그것이 진실인지 아닌지 썩 내가 직접 확인하지 않은 불확실한 말이라 할지라도 일단 법정에서 '그럴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지만 저는 일단 그렇게 말씀드리고 싶지만 사실 저도 잘 모를것 같으면서도 조금은 신뢰할 수 있을지도 몰라요' 같은 언급이 된다는 말이다. 감히 법정에서 말이다. 저런 병신같은 언급으로 죄없는 사람이 죄있는 사람이 된다면, 이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가!

 

 

 

이런 병신같은 법조문의 예는 많다. 형법에서 몇가지 법조문만 추려보자면

 

형법 제16조에서는 '자기의 행위가 법령에 의하여 죄가 되지 아니하는 것으로 오인한 행위는 그 오인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 한하여 벌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형법 제20조에서는 '법령에 의한 행위 또는 업무로 인한 행위 기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당한 이유에서의 '정당한'은 어디까지이며, '사회상규에 위배되는 행위'는 어디까지인가?

 

저녁 느즈막히 거리를 거닐면 쉽게 볼 수 있는 행위들, 가령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는 행위, 술을 마시고 취해서 집에 귀가하는 행위, 길가에서 욕설을 뱉는 행위, 마스카라 번진 얼굴로 길거리에서 추하게 우는 행위, 길거리에서 고래고래 악을 쓰는 행위-는 사회상규에 위배되는 행위인가, 아닌가?

 

그렇게 따지면 위의 행위를 한 사람들은 모두 죄를 지은 죄인들이며, 모두 벌해야 마땅한 사람들이 아닌가. 그렇게 따지면 우리 국민 중 죄를 짓지 않은 사람은 몇이나 될 것이며, 저런 죄인들을 왜 교도소에 넣지 않는가. 그냥 다 쳐넣고 2mb를 포함한 1% 국민들끼리 잘 먹고 잘 사시지?

 

나라의 주축이 되는 가장 기본적인 법, 나와 내 가족과 우리 모두를 보호한다는 법이라는 색히는 그냥 높으신 몇몇 분들의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 말장난 사전인가.

 

 

 

유명한 말장난 조문은 하나 더 있다.

 

민법 840조에서 '부부의 일방은 다음 각호의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가정법원에 이혼을 청구할 수 있다'고 하며,

 

1. 배우자에 부정한 행위가 있었을 때

2. 배우자가 악의로 다른 일방을 유기한 때

3. 배우자 또는 그 직계존속으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4. 자기의 직계존속이 배우자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5. 배우자의 생사가 3년 이상 분명하지 아니한 때

6.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로 규정하고 있는데

 

6호의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의 기준은 어디까지일까.

 

그 유명한 부부 간 성격차이? 남자가 고자거나 물건이 작아서, 혹은 하체 부실을 이유로 여자측의 성적 욕구를 만족시키지 못할 때? 남자의 암내와 발냄새로 심한 스트레스를 받을 때? 남자가 시도때도없이 트름을 해서 쪽팔릴 때? 여자가 요리 할 때마다 습관적으로 코를 파서 위생적으로 더이상 두고볼 수 없을때?

 

위의 저 뜬금없는 상황들로 설마 이혼이 될 까 갸우뚱하고 계시다면, 위의 사유는 모두 민법 840조 6항에 의거하여 이혼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드린다.

 

당장 옆 남편, 혹은 아내가 위와 같은 사유 혹은 위에 준하는 행동을 하여 심히 마음에 스크래치를 당하고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당장 가정법원으로 뛰어가도 되겠다.

 

 

 

 

이게 우리나라의 법이라니 새삼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내 '법'의 역사는 일제강점기 이후 혼란스러운 때에 급하게 만들었던 터라, 미국에서 일본에서 독일에서 쓰던 법을 그대로 배껴와서 만든 것이라 우리 내 법 감정에 맞지 않고 전혀 쓸때없는 조문이라던지(일본법을 가져오면서 딸려온 화재소실보상 관련 조문) 독일, 일본에서 따온 형법과 미국에서 가져온 형사소송법 간의 차이(형법과 형사소송법이 서로 아귀가 안맞는 문제) 등의 문제는 법학을 공부하는 학도들로 시작하여 끊임없이 언급되고 있는 부분이다.

 

그렇다고 나라의 근간이 되는 법을 뿌리채 바꿔버릴 순 없으니, 특별법이니 일부개정이니 이딴걸로 조금씩 바꾸려고 노력은 하나 기본 틀부터가 어긋나있는데 안에 내용물 좀 바꾼다고 뭐가 달라질까? 이 한심한 색히들 같으니라고. 거기다가 우리 내 법 개정(제정)은 대권을 잡은 정당이나 일부 권력층에서 국민들에게 보여주기 식으로 최진실 법이니, 효선이 법이니 요딴식으로 끄적거리는게 전부이고, 그양반들이야 어짜피 법이 있으나 없으나 검은돈 오고가는건 매 한가지니 적게는 몇년, 길게는 몇십년 잡아먹을 이 거대한 법 업그레이드를 해줄리 만무하다.

 

한심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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