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6월 22일 월요일

영화 '주홍글씨' 이야기.

누군가 나에게 내 인생 최고의 영화 두편을 꼽으라면 고민도 망설임도 없이 '올드보이' 와 '주홍글씨'라고 대답할 수 있겠다.

 

엥간하면 누구 가수 음반, 영화 한편을 제 돈주고 빌려보지 않는 내가 위의 두 영화는 DVD까지 소장한다고 하면, 말 다했지 않나! 열댓번 아니, 스무번도 넘게 보고 보고 또 봤는데도 처음 봤을때의 그 충격과 공포와 떨림이 잊혀지지 않아 저 두 영화는 열번을 봤건 백번을 봤건 늘 볼때마다 신경을 곤두세우고 집중해서 보게 되는데, 어제 새벽 3시즈음에 잠이 안와 침대에서 뒤척이다 우연히 킨 위성DMB에 '주홍글씨'가 나오고 있는게 아닌가. '니미, 내일 회사 일찍 가야하는데' 라는 걱정이 무색하게, 침침한 눈으로 침대에 뒹굴면서 오랜만에 '주홍글씨'를 다시 보게 되었다.

 

영화를 처음 접했을 때부터, 언제고 한번은 저 두 영화에 대한 감상평을 격하게 뱉어내리라 라고 늘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내가 영화를 보면서 느끼는 감정을 글로써 뱉어내기에는 내 글빨이 워낙 후져서 지금껏 미루고 미루고 해서 현재까지 왔고[쉣], 사실 지금 이 포스팅도 감상평을 뱉기에는 아직까지는 스스로 조금 무리가 있지만 무튼 간만에 본 영화평을 짧게나마 남겨본다.

 

1. 역시나 엄지원은 최고.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여배우 중 하나고, 어렸을 적 우연히 영화 '극장전'을 보곤 격한 감동을 느꼈다고 해야 하나.

그 이후로 엄지원이 나오는 몇몇의 작품<강동원과 같이 나온 드라마 매직, 영화 주홍글씨, <영화 가을로>을 발품 팔아 찾아 볼 정도로 팬심 작렬 했었는데 그 중 최고를 꼽자면 단연 주홍글씨. 개인적으로는 첼로를 켜는 엄지원의 모습이나 극 후반의 반전씬은 지금도 나의 어떤 감정선의 기준을 잡아준 꽤 충격적인 영화라고나 할까.

 

2. 고인을 다시 보는 느낌. 주홍글씨가 故 이은주의 마지막 영화라고도 알려진 작품인데, 개인적으로 이은주가 불렀던 'Only when i sleep'이라는 노래로 인해, '재즈'장르에 대한 격한 관심을 갖게 되었고 지금도 좋은 재즈음악을 귀동냥으로 찾아 들을 때면 재즈 선율 속에서 고인이 떠오르곤 한다.

 

3. 소설 이야기.

사실 '주홍글씨'라는 동명작 소설이 있다는 것은 영화를 먼저 접한 뒤 나중에야 듣게 된 얘기인데, 처음 영화 제목이 '주홍글씨'라는 것이 예를 들자면 기독교에서 악마의 표식으로 기록하는 '666' 처럼, 어떤 죄에 대한 표식이지 않을까 하는 추측을 했었는데, 역시나 나는 이런거에는 눈치가 좀 백단인지라! 무튼 후에 소설의 줄거리를 접하고 난 뒤, 소설 '주홍글씨'와 영화 '주홍글씨', 그리고 'A'에 대한 연관성에 혀를 내두르며 감격했던 기억이 난다.

 

<소설 '주홍글씨' 줄거리>

1850년 간행. 17세기 중엽, 청교도의 식민지 보스턴에서 일어난 간통사건을 다룬 작품이다. 늙은 의사와 결혼한 헤스터 프린이라는 젊은 여인은 남편보다 먼저 미국으로 건너와 살고 있는데, 남편으로부터는 아무런 소식도 없었고 그러는 동안 헤스터는 펄이라는 사생아를 낳는다. 헤스터는 간통한 벌로 공개된 장소에서 'A(adultery)'자를 가슴에 달고 일생을 살라는 형을 선고받는다. 그녀는 간통한 상대의 이름을 밝히지 않는다. 그 상대는 그곳의 고독한 목사 아서 딤스데일이었다. 딤스데일은 양심의 가책에 시달리면서도 사람들에게 죄의 두려움을 설교하는 위선적인 생활을 계속한다. 그는 양심의 가책으로 몸이 점점 쇠약해진다.

헤스터의 남편 칠링워스는 우연한 기회에 그 상대가 젊은 목사 딤스데일이라는 것을 알고, 그의 정신적 고통을 자극하는 데 부심한다. 사건이 발생한 지 7년 후에 새로 부임한 지사의 취임식날, 설교를 마친 목사는 처형대에 올라, 헤스터와 펄을 가까이 불러 놓고, 자신의 가슴을 헤쳐보인다. 그의 가슴에는 'A'자가 있었다. 그는 그 자리에서 죄를 고백하고 쓰러져 죽는다.

 

4. 음악-영상-스토리-연기력 최고의 조합. 사실 이 영화의 주축이 되는 캐릭터가 바로 '한석규'의 캐릭터인데, 그 뭐랄까 딱 봐도 얘는 착하다 선한놈이다 순해보인다 하는 인상이 있는 사람이 악역을 맡을때 드는 거부감처럼, 초반 주홍글씨를 보면서 약간 거슬렸던 부분이 바로 순해보이는 한석규가 욕 작렬 털프 작렬한 격한 남주 캐릭을 맡은 거였는데, 그것도 영화를 계속 보다보니 나름대로 위로 할 만 한 부분이었고. 언론이나 여러 영화평에서 보여졌듯이 스토리 면에서 굉장히 파격적이고 반전이 거듭에 거듭을 반복하며 클라이막스 부분에서는 정말 '헉, 쉣, 오마이갓, 와우'를 연발할 정도로 굉장히 탄탄한 편에 그러한 스토리를 뒷받침해주는 영상미, 스토리에 맞게 굉장히 어두운 스킨에 뭐랄까, 어둠 속에 한줄기 빛을 연상케 하면서 약간 앤티크스러운 분위기에 말로는 표현하기 힘든 OST의 강력한 힘까지. 그리고 뭐 연기력이야 나왔던 4배우 모두 최강이었으니까 말하면 입 아프고. 아, 이렇게 주절거리고 쓰고 나니 영화가 한번 더 보고 싶어 지는게!

 

 

보고 또 봐도 그리운 것들이 있다. 어렴풋, 하지만 지금은 흐릿한 내 첫사랑이 그러하고, 그때는 잘 몰랐지만 이제와서 생각해보니 가장 내 삶에 큰 빛이었던 학창시절이 그러하고, 뇌리에 박혀서 언제고 다시금 생각나는 음악이나 영화, 사진들이 또 그러하다.

 

새벽에, 참 우연하게 다시 본 영화 덕분인지 머릿속에 스파크가 도는게, 오늘은 모든게 좀 그리운 날이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