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6월 26일 금요일

동성애에 대한 고정관념과 쌉싸름한 호기심으로

 

과거에는, 유교가 뿌리내려 아주 말뚝 박혀있는 우리나라에서 동성애를 다룬다는건 거의 정신병자와 마찬가지로 취급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사실 지금도 그런 부분에 대해서 끊임없이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구요. [얼마전 이화여대 동성애 관련 동아리가 종교단체에게 테러를 당했다던가 하는] 그럼에도 사실 사람의 가장 기본적인 본능인 '사랑과 행복해지고자 하는 강한 욕구'는 정신병자로 몰매맞던 동성애를 조금씩 음지에서 양지로 옮겨지는 원동력으로, 또한 하리수나 홍석천같은 연예인들이 등장함에 따라 현재는 동성애에 대한 젊은 사람들의 생각도 많이 열려있다 생각합니다. 굉장히 진보적인 일이고, 당연한 일이지만요.

 

위의 영향을 받아 제작된 동성애를 다룬 영화는 생각 외로 많습니다. 후회하지 않아, 소년-소년을 만나다, 그리고 꽤 유명한 쌍화점의 주진모와 조인성, 왕의남자 이준기, 앤티크 마성의 게이, 뜨거운 것이 좋아의 안소희도 기억이 나구요, 로드무비는 유명하죠. 최근에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바람의화원'과 '미인도'구요. 그리고 이러한 영화은 모두 '우리도 사랑이다' '이것도 사랑이다' '이런 사랑도 있다' base를 깔고 시작합니다. 사회적 편견과 타인들의 불편한 시선들을 중화시키기 위한 것이지요.

 

그런데, 동성애에 대한 사회 편견과 소수자에 대한 불편한 이야기를 하는 영화는 많아도 실질적으로 그들의 섹스를 다룬 영화는 전무했지요. 세상의 모든 사랑이 플라토닉일 수는 없는 것인데, '너희와 우리의 사랑은 다 같은거야'라고 밑천 깔고 시작한다면서 실질적으로 동성섹스에 대해서 언급하는 영화는 쉬이 많지 않았던게 현실. 예의 상 스토리에 한두장면 넣긴 해도 직접적으로 그러한 이야기를 다룬 영화는 거의 전무하지요. 그나마 하드코어하게 툭 털어낸 영화가 '후회하지 않아'와 '미인도' 정도?  뭐야 니들은 사랑은 하지만 섹스는 하지 않는 종족인가? 라는 인상은 결국 '너희의 사랑은 우리와 달라'를 얘기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그러고보면, 우리나라는 이상하게도 섹스에 대한 생각이 굉장히 편협하고 더럽습니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혹은 어머니가 딸에게 하는 성교육을 생각해보면 답답하지 짝이 없지요. 생각해보면 부모님의 열렬한 섹스어필로 나와 형제자매가 생긴 것인데, 왜 그런걸 쪽팔려하고 숨겨야하고 민망한걸로 치부해서 그 못된 사상을 자기 자식들한테 답습하게 하는지 굉장히 답답하 느낌이 강합니다. 늘 아름답고 희생적이고 고결한 플라토닉만을 수 없이 얘기하는 사람들은 침대에서 서로 성경 읽고 있나요? 진짜? 이러한 고정관념의 연장선에서 동성애의 에로스적 관점이 더더욱 묻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처음 '후회하지 않아'라는 영화를 봤을 때엔, 상당히 하드코어한 장면들 때문에 당혹스러웠습니다. 게이바에서 일어나는 일들이나 접대에 대해서도 거리낌없이 보여주고, 게이들끼리도 강간하는 듯한 장면에서는 땀을 삐질삐질대다 두어번 돌려 보니 그게 게이끼리 사랑하는 방식이고, 결국 사람이 사랑하는 장면이라고 넓게 생각이 되더라구요. 그 뒤론 DMB나 CGV채널에서 영화를 보여줘도 전혀 꺼려지지 않는게, 남주 둘의 베드씬을 제외하고는 얼추 적응이 되었달까요. 게이 베드씬이 아무래도 우리가 속어로 얘기하는 후장섹스가 주인데, 서로 마주보고서는 거의 불가능이고 어느 한쪽이 뒷태를 보여줘야 가능한 그런 단순한 체위라 약간 저돌적으로 보이기도 하고 굉장히 하드코어하고 거친 느낌이 강하게 들었지요.

 

그리고 몇편의 관련 영화들을 그저 다른 영화 보듯이 흘러흘러 한번 봐 주고, 쌍화점이 그렇게 주진모 조인성이 벗고 쑈를 잘한다더라 해서 한번 봤더니 뭐, 홍보는 주진모 조인성의 동성애로 밀고 가더니 영화 스토리는 거의 조인성과 송지효의 러브스토리 - 흥행코드로 동성애 관련 씬들을 넣고 영화는 왕비와 충신의 욕망을 다뤘더라구요. '뭐야 이 망할 영화' 했는데, 주위에서도 그렇고 영화평도 영화 전체적인 언급보다는 거의 초반부 조인성 주진모 베드씬에 떡실신.

 

후에 한 잡지에서, 레즈비언의 성생활을 보여준 최초의 영화라는 언급을 하며 영화 '미인도'에 대한 색다른 평을 남긴걸 보곤 오호라 싶어 미인도를 보았답니다. 영화 전체적인 스토리는 드라마 '바람의화원'의 큰 맥락을 벗어나지 않는, 신윤복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미인도'가 색다른 평을 받고 새로운 시선으로 볼 수 있는 것은 영화 스토리 중 한 에피소드 때문이지요.

 

 

그 당시 말로 음탕한 곳이라고 해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신윤복이 늦은 밤 장터에서 길을 잃다 우연히 보게 된, 현대식으로 굳이 풀이하자면 섹스파티 혹은 체위파티장을 들어가게 되고 거기서 두 여성의 섹스체위를 보며 영감을 얻는 씬이 있습니다. 보통 이런건 보일듯 말듯 하면서 이런 스토리다 하고 대강 흘러주는게 보통인데, 미인도에서는 두 여배우를 완전 적나라하게 보여주더라구요. 거의 야동 수준이랄까, 레즈비언 섹스 시뮬레이션을 보는 듯한 느낌을 강하게 받았달까요. 씬도 씬 나름대로 충격이었지만, 저 배우들도 대단하다 싶었습니다.

 

이 씬과 관련해서 영화평을 보니, 당시의 레즈비언들은 신체와 음부를 부딪쳐 자극을 주는 방법으로 섹스를 했다고. 게이들끼리의 섹스와는 조금 다른 부드러운 느낌인데 생각해보면 그런 방법이 과연 서로의 육체적인 욕구를 해결할 수 있을까 하는 느낌이 강하게 들더라구요. 근데 뭐 소프트한 느낌으로다가 현재에도 레즈비언끼리는 영화에서 보여지는 방법으로 욕구를 충족한다고 하니, 영화 배경은 조선시대여도 현대 레즈비언의 성 생활을 그대로 반영한 씬인가 싶어 감탄하기도. [그런데 조선시대때 행해진 레즈비언 체위가 현대에도 계속 이어진 것인지, 현대 체위를 조선시대 배경인 영화에 반영한건지의 여부는 잘 모르겠습니다.]

 

 

사람은 태어나 부모의 사랑을 받고, 누군가를 만나 사랑을 하고 굳이 나누자면 플라토닉과 에로스로 나눠 어떤 하나의 추구하는 결합을 하고, 그 결합으로 인해 새로운 나의 분신을 만들어 낸다고 하면 뭔가 조금 오글오글거리긴 하나, 암튼 사람이 하는 사랑이라는건 거의 이런 틀을 가지고 있다 생각이 됩니다. 뭐 이러저러 놀려 얘기했지만, 일반인이건 게이이건 레즈비언이건 사랑과 성적 욕구에 대한 틀은 다 똑같다는 거지요.

 

근데 우리는 남자와 여자의 섹스는 아름답고 사랑의 절정이라 표현하면서, 레즈비언이나 게이의 섹스에 대해서는 굉장히 숨기고, 더럽고, 알리고 싶지 않은 비밀 같은 것으로 치부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에 굉장히 아이러니함을 느낍니다. 뭐 어디 얘길 들어보니 레즈비언이나 게이는 오랄섹스나 후장섹스를 많이 하니까 쟤들은 다 에이즈 환자같다며 바퀴벌레처럼 생각하는 이도 있다고 하던데, 솔직히 말해 일반 커플들도 많이 하거든요 저거. 속된 말로 다 까놓고 보면 다 똑같은 것들인데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어쩐다고 볼 때마다 아주 웃겨 죽겠습니다. 제발 몸과 주둥아리가 따로 놀지 말아줬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합니다.

 

 

뭔가 얘길 끝낼까 하고 보니, 제목과는 다르게 동성섹스에 관한 얘기만 줄창 적어놨네요. 사실 사람이라는게 섹스라는 단어 하나에도 굉장히 자극을 받고 흥분하는 동물이다 보니 일단 써보자 하고 막 써내려갔더니 수습안습. 어떤 섹스체위나 '그들의 섹스'에 대한 얘기로 보셔도 할말은 없지만 제 나름대로는 동성애에 대한 고정관념에 대해 일격을 날리고 싶었습니다. 비록 이게 일격이 되었는지 불발이 되었는지 그냥 섹스 이야기나 하고 끝난건지, 겉핧기만 하악거리고 끝난건지는 모르겠지만, 뭐 어떻습니까. 다 사실인 것을.

 

 

댓글 7개:

  1. trackback from: 메종 드 히미코, Mezon De Himiko / メゾン•ド•ヒミコ
    영화를 볼 때 마다 저는 블록버스터, blockbuster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대신 짜여진 이야기, plot이 있는 well-made 영화를 좋아한다는 말을 덧붙입니다. 그렇습니다. 지금 이야기하려는 well-made 영화 이야기입니다. 사실 well-made 영화는 많습니다. 지금 이야기하려는 영화 '메종 드 히미코, Mezon De Himiko / メゾン·ド·ヒミコ' 도 잘만들어진 일본 영화입니다. 그래서 인상적이 었던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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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영화 속에서 보이는 동성애 코드를 깊이 있는 분석으로 포스팅하셨네요.



    잘 보고 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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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보내주신 트랙박 잘 받았습니다. 제 스킨의 구조상 문제로 글 찾아 들어오는데 좀 힘들었네요 ^^;



    잘 읽었습니다. 평소 관심 밖이었던 동성애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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