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9월 21일 월요일

내 동생 이야기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통에 쌀쌀한 날씨를 온몸으로 느끼면서 볼일 차 대학로를 걷던 중에 동생한테 전화가 왔더랜다. 얼마 전 남동생의 재신검 때문에 정신과에 상담을 받으러 갔던게 결과가 나왔다는 얘기였는데, 정신장애인지 지적장애인지 암튼 무슨 장애 3급 판정을 받아서, 오늘 장애인증인가 뭘 만들어야 한다고 사진을 가져가야 한다고 사진 어딨냐고 그러더라.

 

또래 아이들보다 턱없이 느리고 모자란 동생이 7살때에 일반 초등학교에 입학시킬까 대안학교에 보낼까 부모님이 걱정을 많이 하셨더라는 옛 얘기가 기억이 나면서, 많이 힘들었을 학창시절을 일반학교에서 별 탈 없이 무사히 졸업해준 동생에게 고맙다고 얘길 하고 아버지에게 전화해서 이런저런 얘기들을 했더니 어릴적 동생이 많이 아팠을 때 아버지가 술에 만취해서 갓난아기였던 동생을 냅다 때렸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 생각이 난다면서 진작 병원에 데려가서 상담도 받아보고 검사도 해볼껄 그랬다는 말이 그렇게 씁쓸할 수 없더라.

 

정상인의 눈으로 장애아를 본다는게 어떠한 편견이 있는지, 사실 나 또한 그러한 편견을 가지고 사는 사람인지라 '장애인'이라는 꼬릿표를 내 동생이 달게 되었다는 사실엔 정말 할 말이 없지만, 그래도 스무살 다 먹도록 아무런 문제나 사고 없이 무난하게 살았던 동생의 옛 시간들을 더듬으면서, 장애인이라는게 물론 사람마다 다 다르겠지만 정상인이든 장애인이든 참 특별할 거 없는 다 같은 사람이구나 싶은 마음이 든다.

 

재검날에 장애인증과 소견서와 각종 기록들을 가지고 병무청에 내야 한다는데, 누구 말대로라면 못해도 공익이고 잘되면 군면제라지만 그런걸 떠나서 뭐가 되든 앞으로 내가 부족한 동생 몫까지 더 열심히 살아야 겠다는 생각을 한다. 내가 더 열심히 해야 동생도 먹여 살리고 뭐라도 해주지.

 

장애인이든 준장애인이든 정상인이든 내가 사랑하는 하나뿐인 동생이라는 사실 하나로도 그런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꼬리표라는 것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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