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월 12일 목요일

수능 잘 보셨습니까?

 

저는 고등학교 시절을 아주 재미나고 행복하게 보낸 케이스입니다. 그 시절의 가장 절정이었던 고3 수험생 시절에도, 다른 친구들 수능 공부 하느라 독서실 다니고 이럴 때에 저는 이른 수시합격으로 대학합격증을 미리 받아두고 미리 낸 수능비 환불을 안해준다는 말에 돈이 아까워서 수능날 김밥 싸들고 고사장에 놀러가서 내내 잠만 자다 왔었지요. 학창시절을 대체로 이렇게 무난하고 평탄하고 수능 또한 즐겁게 보낸 요상한 케이스입니다.

 

그럼에 저는 고3 수험생들이 으레 감성에 젖어서 하는 얘기들, '우리는 학교라는 감옥에 갇힌 죄수'라는 표현이라던지 '고3은 공부만 하는 기계'라던지 이런 현실 부적응적이고 감상틱한 멘트를 좋아라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따지면 사회생활하는 사회 초년생들은 돈 버는 기계이고 개성도 무시못하는 상명하복의 사회에서 돈과 자본에 논리에 희생당한 노예들이라는 것인데, 그런 패배자 의식으로는 사실 고3 수험생 시절이든 사회생활이든 제대로 하지 못하기 마련입니다. 즉 저런 감성에 젖은 얘기들은 수능이라는 현 교육 체제에 적응하지 못하는 부적응자의 못난 소리로밖에는 들리지 않다는 얘기지요.

 

저도 나이를 댓살 먹은 좋은 어른은 아니지만, 대학을 다니고 사회생활을 하며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 라는 말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이 쉬운 공부를 왜 진작 하지 못했을까 하는 아쉬움과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정말 열심히 그 상황(수험생의 상황)을 슬기롭게 해쳐나갔을 텐데 하는 아쉬움은, 학창시절을 보내고 성인기에 들어온 성인들은 누구나 한번쯤 하는 아쉬움이라 생각합니다.

 

그럼에 수능 역시, 나의 12년 공부가 이 한번에 모두 해결난다라는 그런 겁 많은 소리보다는, 내가 좀 더 나아가기 위한 하나의 테스트라는 마음가짐으로 약간은 힘들 법한 상황을 극복하는게 좋다 여겨집니다. 재수하면 어떻습니까, 대학 와 보니 제 학번에 맞춰 들어온 현역들 보다 요즘에는 1수, 2수해서 들어온 대학생들도 많을 뿐더러, 현역으로 들어왔다 하더라도 휴학이나 여러 인턴기회로 인해 제때 졸업하지 못하는 대학생이 과반수를 넘어가고 있으니, 대학이 꼭 스무살에 들어가야 하는건 요즘같은 때엔 더더욱 아니라는 생각이 드네요.

 

내년 수능이 7차 마지막 과정에다가 수능을 보게 되는 현역 고3(92년, 93년생)들 때가 베이비붐 세대라고 해서 사람이 많이 몰릴거라고 하던데, 저도 8*년 베이비붐 세대라 겁 잔뜩 먹었다가 '개뿔 베이비붐' 하면서 넘겼던걸 다시한번 상기하며, 비록 내 세대가 베이비붐이건 전쟁통이던 뭐건 주어진 환경에서 내가 노력하면 그만큼 얻어지기 마련이라는것을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비록 올해 수능보다야 내년 수능이, 7차 마지막 과정이고 하니 재수생 삼수생 N수생들까지 다들 겹쳐서 수험생 수가 많긴 하겠지만 그사람들이 다 내 밑을 깔아준다고 생각하면, 상상만 해도 기분 짜릿하지 않습니까? 안짜릿하면 됐구요.

 

어짜피 공부라는것은 마음가짐에 달린 문제입니다. 부모가 1억짜리 과외를 시켜줘도 소화를 못하는 사람이거나 불량하게 받아버리면 1억의 가치는 0원이 되기 마련이지요. 월드컵이니 드라마니 무슨 행사니 나라의 악재니 난리를 쳐도 학업에 직접적으로 영향이 되진 않습니다. 마인드 조절, 컨트롤 조절, 자기 관리 조절 열심히 하셔서 올해 수능(혹은 앞으로 있을 2차수시), 그리고 내년 수능 준비하시는 예비 수험생 분들 건승하시길 빕니다.

 

 

 

 

덧붙여 훈훈한 '안산' 기사가 있어 퍼왔습니다.

 

<수능>수험생 징크스에 손목시계 풀어 준 경찰
| 기사입력 2009-11-12 15:05 | 최종수정 2009-11-12 15:20

수원=뉴시스】유명식 기자 = 시계가 없으면 시험을 볼 수 없다는 수험생의 징크스에 경찰이 손목시계까지 풀어줬다.

경기 안산단원경찰서 경비교통과 양철호 경사(41)는 12일 오전 8시19분께 안산 6시험장인 강서고등학교 정문 앞에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한 수험생의 어머니(51)를 발견했다.

어머니는 "딸(19)이 시험장내 벽시계가 없어 불안하다며 시계가 없으면 도저히 시험을 볼 수 없다는 연락을 했다"며 "당장 벽시계를 살 곳도 없고 어떻게 하느냐"고 울먹였다.

이에 양 경사는 자신이 차고 있던 손목시계라도 전달하라며 풀어줬고, 시험장 감독관의 배려로 양 경사의 시계는 무사히 수험생인 딸에게 전달됐다.

양 경사는 "다들 시험을 치러봤겠지만 징크스라는 게 무시할 수 없는 것 아니냐"며 "이왕 시계를 풀어줬으니 시험을 잘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yeujin@newsis.com

 

 

 

새삼스럽게 뻘소리 하나 하자면 저는 수능을 안산 18고사장이었던 경안고등학교에서 보았습니다. 근데 원래 수험장에는 시계를 달지 않는게 그 수능 고사장 관련 규칙사항에도 나와 있어서, 미리 개인시계를 준비했어야 하는게 맞는데, 실수를 했나 보네요 수험생이.


 

댓글 3개:

  1. 제 블로그의 엮인글 타고 왔습니다.

    미투데이 위젯이 문제가 있네요. 본문을 가려버리니 어떻게 보란 것인지?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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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trackback from: 2010 수능과 신종플루
    Amid rising concern over the spread of the H1N1 flu virus, about 637,600 students took the annual state-run College Scholastic Ability Test yesterday at 1,124 schools across the nation.... read full article: College exam is on, flu or no fl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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